NOTES · 2026-08-18
코드는 몰라도 된다
You do not need to write code
대신 게임을 알아야 하고, 계속 판단하게 된다
You need to know the game, and keep making calls
옛날 게임을 한국어로 옮기는 일에는 프로그램을 뜯어고치는 작업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코드를 모르면 못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지금은 그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합니다.
대신 사람에게 남는 몫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몫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2026년 2월부터 8월까지 실제로 친 프롬프트 35개로 보여 줍니다. 읽고 나면 해 볼지 말지 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사람은 다른 지점에서 시작한다
You are starting from a different point
이 작업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반년 사이에 세 가지가 겹쳐 움직였습니다.
- 에이전트가 지침을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같은 주장을 3월엔 열흘 걸려 관철했고 8월엔 반나절 만에 릴리스 후보가 나왔습니다.
- 관측과 검사가 도구로 넘어갔습니다. 실행 중인 게임을 읽는 일, 원본과 패치판을 맞춰 비교하는 일, 쓰기 범위를 검사하는 일이 사람 손을 떠났습니다.
- 반복된 판단이 스킬로 성문화됐습니다. 3월에 즉흥적으로 던진 원칙이 6월에 이름을 얻고 7월엔 커밋 메시지에 인용되고 8월엔 다른 프로젝트의 판정 근거가 됐습니다.
그 결과 사람이 치는 말의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 초기Early | 후반Later | |
|---|---|---|
| 프롬프트의 대다수Most prompts were | 기술 보고 — VRAM 몇 번지에 뭐가 들어갔고 타일이 어떻게 쪼개져 있는지technical reports — which VRAM address holds what, how the tiles are split | 판단 — 무엇을 완성으로 볼지, 무엇을 버릴지, 누가 무엇을 결정할지judgement — what counts as done, what to drop, who decides what |
| 게임당 프롬프트Prompts per game | 520 | 106 |
지금 시작하는 사람은 후반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초기의 진입 장벽 — 사람이 화면을 보고 기술 사실을 말로 옮겨 적어야 했던 것 — 은 이미 도구와 스킬이 걷어 갔습니다. 이것이 코드를 몰라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당신이 치게 될 말
What you will actually type
아래 서른다섯 개는 실제로 친 프롬프트입니다. 오타와 말투를 그대로 뒀습니다. 아홉 갈래로 묶었고 갈래마다 그 말이 어떤 앎에서 나오는지를 적었습니다. 각 인용 위의 한 줄은 그 말이 나온 상황입니다.
인용에는 작업하며 쓰던 말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자주 나오는 셋만 알면 됩니다. ROM은 게임 한 편이 통째로 담긴 파일, 글리프는 화면에 찍히는 글자 하나하나의 그림, HITL은 사람이 직접 게임을 켜서 눈으로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그 밖에 낯선 말은 넘겨도 각 인용의 요점은 남습니다.
작품의 크기를 아는 말
그 게임을 실제로 해 본 기억에서 나옵니다.
자동 추출이 5층 부근까지만 설명하고 있을 때
뭔가 한가지 이상한게 있거든? 이 게임은 1~5층짜리 게임이 아니라, 11층까지 + 지하 4층까지 있는 게임이야. 혹시 뭐 텍스트 뱅크 누락된거있나?
추출 결과가 세 편짜리 RPG의 이야기를 460개로 정리해 왔을 때
이 게임이 스토리가 460밖에 안될리는 없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대사는 전부 한글로 빌드됐고 첫 메뉴에서 그래픽 글자 세 개를 찾아냈을 때
이 "글자"가 3개로 끝나는게 아니라, "옵션"이나 각 서브메뉴로도 더 많이 있거든. 체크해봐
한 번에 등록할 수 있는 외자 188칸이 게임 전체의 한계처럼 보였을 때
그런데 원래 일본어 게임은 그러면 저 188자리가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부터 글리프를 읽어온다는거지?
게임의 흐름을 아는 말
그 게임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아는 데서 나옵니다.
퍼즐 조건 글자를 화면에 한 번 넣어 첫 화면을 맞췄을 때
다른게 계속 덮어씌우는거아니야? 이건 한번 깨고 끝이 아니라 각각 조건을 가진 2~6개의 퍼즐을 풀어야하는건데, 조건은 계속 바뀔테니까 또. 그때그때 계속 넣고 있어? 한번만 우리가 덮어씌우려고 하는게 실수일 수 있을거고
캐릭터마다 필요한 글자가 달라 ROM을 세 개 만드는 우회가 구현됐을 때
우선 지금 bin/cue들 out쪽에 있는거 다 날려줘. 저 3ROM 방식은 진짜 말도 안되는 짓거리야. 이건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게임이라고. 실기 패치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3ROM 배포같은 짓을 한다고? 캐시 구조를 애초에 파악해야하는 이유가 뭐지? 첫 로드는 지금 나만 해보고 있는거 아니야? 그냥 내가 에뮬레이터 캐시 날리면 끝 아닌가?
파일을 세 벌 만드는 대신 실제 적재 시점을 찾기로 한 뒤
재로드를 하는게 맞는지가 문제거든. VRAM? 같은곳에 올라가는거 확실해?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는 글자를 불러오는 지점이 잡히지 않았을 때
이게 히트하는 순간은 던전 진입 시점이네. 전체 플로우 떠올려.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아르르기때문에 이런 로드가 일어난 기분이라고 보면 되겠네.
오역을 잡는 말
게임 안에서 그 말이 성립하는지 아는 데서 나옵니다.
영어판이 비슷한 절임 둘을 한 단어로 뭉개 놓은 것을 따라가려 할 때
후쿠진즈케는 락교가 아니거든. 좀 심각한 차이인데? 락교는 그냥 일본어로도 락교라 되있지않아? 굳이 따지면 한국에서는 "행운절임"으로 번역됬던건데, 후쿠진즈케를 그대로 쓰기로 하지 않았어? 이 게임에는 락교라는 아이템도 (체력 최소회복), 후쿠진즈케라는 아이템도 (체력 중 회복) 둘 다 존재해. 아이템 혼동이 나면 큰일나.
화면의 한국어 문장 자체는 자연스러웠을 때
또한 "정말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쪽은 센세와 쟌넨데시타 뭐 이런 JP 음성이 들리는데, 선생님은 정말 아쉽구나 이런거 아니야?
퍼즐 힌트가 문장으로는 지나치게 축약된 것처럼 보였을 때
왼오오오왼 그 자체는 가능성은 있어. 이유는 저 힌트가 맞긴하거든 (왼-오-오-오-왼으로 배치해야한다는거)
한국어가 어색한 걸 잡는 말
한국어 감각에서 나옵니다.
번역된 문장을 차례로 읽어 내려가다가
"가쵸"라는 표현이 뭔지 모르겠음, "내장을 토할것같다" 표현 어색, "경험의 이불" 표현 알수없음
번역문에 「장난만 치면」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을 때
나는 아르르{NL}장난만 치면{NL}절대 용서 안 해 <- 여기서 "장난만 치면"이라는 표현을 한국에서도 쓰나?
문법은 맞는데 읽고도 뜻이 잡히지 않았을 때
손을 뻗자, 물방울이 막대 모양으로 변형 그리고 실체화했다 이거는 사람이 알아보기 너무 힘들어보이는데?
화면을 보는 말
눈에서 나옵니다.
메뉴가 어딘가 어긋나 보였을 때
지금 내가 보니까 "게임하기 / 데이터 삭제 ..." 이 메뉴가, 미묘하게 커서가 아래에 있거든? 정렬이 좀 안맞는듯하고, 조금 더 깔끔한 글꼴을 쓰고싶은데 galmuri14 14px로 한번 해볼래?
글꼴 교체가 의도하지 않은 다른 화면까지 번졌을 때
지금 "저장" "아이템"이 글꼴이 바뀐거지? 이건 기존 글꼴 (neodgm?)을 갔으면 하는데
크기와 여백을 조정한 새 후보를 실제 화면에서 봤을 때
글리프가 좀 맛이 없어졌네. 그냥 롤백하는게 나을듯
레벨업 글자가 원본 배경 위에서 획이 묻혔을 때
만든게 전반적으로 윤곽선 개념 (스프라이트와 유사한 색으로 가독성 나오는) 이 빠졌네. 글꼴 크기는 12-16으로 가자
의성어 「짝」의 첫 후보가 화면에 올라갔을 때
사실 지금 문제가 "짝"이 짝처럼 안보이거든. ㅉ 글자가 그냥 붙어서 거의 그래픽 글리치 덩어리처럼 보이는 수준이라서. 짝은 사이즈 더 키워야할듯 (애초에 일본어로도 2글자였고)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말
화면의 어느 요소가 무슨 역할인지 가르는 데서 나옵니다.
대사 데이터가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진 일본어 의성어 「ガッ」를 만났을 때
덥석으로 하자. 우선은 분석을 해둬. 의성어 장면이 하나 더 나올거라서
원본 「パチ」가 반시계로 기울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이렇게 진행해보자. 이 때 짝의 경우에는 정방향이면 안되고 살짝 기울어야하거든 (파치가 지금 반시계로 30도정도 돌아있음)
화면 글자를 자동으로 추출하기 시작할 때
글자가 아니라는 것은, 화살표나, "뿌요" 모양 등 캐릭터성 모양 등도 포함되있을 수 있다는거야
규칙 화면의 별 그림 위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꿨더니 여백이 크게 남았을 때
지금 큰 문제가 있는게, JP는 RULE1에서 폭발/충돌의 별 이미지 위에 글자가 있는데, 한국어는 JP랑 글자 크기가 다르니까 횡하게 빈공간이 신경쓰이게 보여. 그냥 Subtitle로 지정했던 저 글자들은 KR을 쓰지말자
기준을 지키는 말
무엇을 완성으로 볼지 정하는 데서 나옵니다.
넘치는 문장을 자동으로 잘라 내면 빌드가 통과하는 상황에서
truncate는 절대로 기본값으로 하지말아줘. 특히나 silent 상황으로 만들지 마
글자가 들어갈 자리가 서로 겹치니 번역을 줄이자는 안이 나왔을 때
우선 제 0 Dogma는 "EN 같이"야. 모든 번역은 Complete해야하며, 품질을 양보해서 얻을 수 있는건 하나도 없어. 절대로 공유 타일이 충돌해서 무슨 번역을 재조정한다던가 합리책을 쓰려고 하지 마. MEMORY 중 가장 깊숙한 근본 원칙으로 기록해. 지금 ablation이 충분했어? Spirte idx를 더 키울 수 있게는 못해?
폰트·대사·그래픽·엔딩이 각각 따로 빌드되고 있을 때
지금 격리빌드야? 전체빌드로 하나 줘봐
한글 한 글자가 화면에 나온 직후
그런데 전체 한글 빌드 해봐도 되는거 아니야? 어차피 지금 중요한건 이 시점에서는 한글이 나오냐가 아니라 다 나오게 만들 수 있냐잖아
보고를 의심하는 말
결과를 그대로 믿지 않는 데서 나옵니다.
에이전트가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고했을 때
내가 HITL도 안했는데 왜 해결되었다는 판정을 내린거지? 메모리에 기록해둬. HITL전에 해결되었다고 쓰지말라고
화면 문제가 다 해결되고 ROM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
또한 롬 빌드가 더티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면 재현성은 누가 보증해?
같은 자리에서 이어서
이번 시점에서야 잘돌아가는걸 알지만 뒤에 모든 트래킹이 정확히 이루어졌고 재현가능함음을 알 수 있어?
대사·그래픽·자막·크레딧이 각각 돌아가고 있을 때
현재 우리 Rust 파이프라인은 Complete해? 현 시점 Rust 코드베이스로만 git을 클론해서 롬을 가져와서 빌드할 수 있어?
경계를 긋는 말
자동화가 해도 되는 일과 아닌 일을 가르는 데서 나옵니다.
번역 검사 도구를 만들 때
우선 "자동 수정"은 절대 넣지 말고, "이유 => 수정 제안"을 출력하게 하자.
잘못 추출된 경계를 자동 수정으로 덮으려는 흐름이 생겼을 때
자동수정은 난 믿지 않아. 이미 어떻게 망가졌는지도 못한걸 자동수정으로 계속 덧붙이고싶진 않아.
전수 검토에서 수정 후보가 대량으로 나왔을 때
재배치도 우선 직접 적용할것. 검출은 코드로 하더라도 번역이 코드로 수정되는건 허가못함. 손질은 우선 대기
자동화 범위를 방법론에 못박을 때
난 자동화가 될때 좋은 부분도 있고 나쁜 부분도 있다고 보거든? 이 스킬의 철학에서부터 결국 가야하는데, 기본적으로 반드시 실패해야만 하는 것인것만 자동으로 되야하고, 선택의 요소는 자동이 되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가졌다는것
도구가 그만큼 가져갔는데도 최근 프롬프트에서 폰트·그래픽·레이아웃이 8.1%, 증상 보고가 6.9%, 게임 사양 설명이 3.9%를 차지합니다. 다섯 중 하나는 여전히 사람의 눈에서 나옵니다.
에이전트가 대신하는 일
What the agent takes over
앞 절의 말들이 성립하려면 나머지를 누군가 해야 합니다. 그 나머지가 에이전트 몫입니다.
- 게임 파일에서 문장이 어디 있는지 찾고 어떤 형식으로 저장돼 있는지 알아냅니다.
- 한글을 넣을 자리가 있는지, 없으면 어디를 늘릴 수 있는지 조사합니다.
- 바꾼 내용이 원본의 다른 부분을 망가뜨리지 않는지 전수로 검사합니다.
- 실행 중인 게임의 화면과 메모리를 읽어, 넣은 것이 실제로 쓰이는지 확인합니다.
- 같은 원본에서 같은 결과가 다시 나오는지 빌드로 보장합니다.
이 다섯 가지가 어떤 실패를 거쳐 지금 형태가 됐는지는 한글화 작업 방식은 여러 갈래로 바뀌었다에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이렇게 간다
How most of the time actually goes
앞 절만 보면 매번 날카로운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가장 많이 친 말은 따로 있습니다. 반년 치를 세어 봤습니다.
| 프롬프트Prompt | 횟수Count |
|---|---|
| 계속 | 111 |
| 진행해봐 | 99 |
| 진행해 | 51 |
| 진행하자 | 45 |
| 그렇게 하자 | 28 |
| 커밋 푸시 | 27 |
| 상태? | 27 |
가장 많이 친 말은 계속이었고, 그건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앞 절의
서른다섯 문장은 반년에 걸쳐 흩어져 있던 것들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읽고, 기다리고,
다시 해 보라고 말하는 데 갑니다.
맞는 사람, 아닌 사람
Who this fits
이런 사람에게 맞습니다
- 한글로 하고 싶은 게임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 게임을 여러 번 해 봤다.
- 화면이 조금 이상할 때 무엇이 이상한지 말로 설명할 수 있다.
- “대충 이 정도면 됐다”에서 멈추는 걸 못 견딘다.
- 몇 달 걸려도 상관없다.
이런 사람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 어떤 게임이든 상관없이 결과물만 빨리 갖고 싶다.
- 번역기를 한 번 돌려 끼워 넣는 수준을 생각하고 있다.
- 판단을 대신 내려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 자리는 비어 있고, 당신이 앉습니다.
다음
Next
해 보기로 했다면 여기서 시작합니다.
- github.com/mcpads — 방법론 스킬과 도구가 공개돼 있습니다.
- 한글화 작업 방식은 여러 갈래로 바뀌었다 — 각 판단이 어떤 실패에서 나왔는지의 기록입니다.